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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호프만의 모래사나이 두번째

by 명작찬 2024. 1. 25.

모래사나이

 오늘은 E.T.A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두 번째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나타나엘이 올림피아를 만나기 전까지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나타나엘은 어릴 적에 모래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가 사고가 나기 전에 코펠리우스를 보고 모래 사나이로 오해하며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약혼자인 클라라가 이성적으로 나타나엘이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것을 믿지 못하고 점점 청우계 장수인 코폴라를 모래 사나이라고 믿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클라라의 조언들과 노력과 함께 코펠리우스가 독일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서 코폴라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이후에 올림피아와의 첫 만남을 다뤄보겠습니다. 첫 만남이 나타난 텍스트입니다. 얼마 전 나는 층계를 오르다가 유리문 앞에 평소 빈틈없이 쳐져 있던 커튼이 옆으로 밀쳐져 작은 틈이 생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타나엘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호기심이 동해 그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늘씬한 몸매에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이 방 안에서 작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나타나엘이 보게 되는 것이 첫 만남입니다. 그리고 그 여인은 문을 향해 앉아 있었던 까닭에 그녀의 천사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여인은 나타나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더구나 그녀의 눈은 뭔가 굳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마치 눈을 뜬 채로 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듣기로 내가 본 그 형상은 스팔란차니의 딸 올림피아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나타나엘은 올림피아와 만났는데 인형이란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름답고 이쁜 여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나타나엘은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이 정해진 운명에 고분고분하게 순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이런 인식이 클라라와 나타나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성적인 클라라에게는 이런 신비적인 몽상이 굉장히 거슬렸습니다. 하지만 반박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나타나엘이 코펠리우스가 사악한 원리이며 커튼 뒤에 숨어 엿듣던 그 순간에 자신을 사로잡았다고, 이 혐오스러운 마귀가 끔찍한 방법으로 그들의 행복한 사랑을 방해할 것이라고 증명할 때면 클라라는 몹시 진지해져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타나엘은 클라라가 마귀는 오직 그 자신의 내면에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하자 완전히 화가 나서 악마와 무서운 힘들에 대한 모든 신비주의학적 학설을 내세우려 했습니다. 저도 만약에 저의 약혼자가 트라우마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환상을 보고, 그 환상을 현실로 믿으려고만 한다면 점점 지쳐갈 것 같습니다. 반박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감정이 너무나 안타깝고 트라우마를 원망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고 점점 관계는 악화가 됩니다. 클라라의 차갑고 산문적인 마음에 대한 그의 불만은 점점 커져 갔고 클라라는 나타나엘의 어둡고 음울하며 지루한 신비주의에 대한 언짢음을 이겨 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서 자꾸만 서로 멀어져 갔습니다. 여기서 저는 서로 의식하지 못하고 멀어져 갔다는 말이 너무 슬픕니다. 많은 연인들이 대화를 하다가 지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마음이 멀어져 가는데 이런 과정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아프고 크게 곪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별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악화가 되다가 결국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나타나엘이 클라라라고 외치며 클라라에게 안겼습니다. 그리고 클라라가 나지막이, 그러나 아주 천천히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나타나엘 진정으로 사랑하는 나타나엘 그런 미치고, 터무니없고, 정신 나간 동화는 불 속에 던져버려. 그러자 나타나엘은 격분해서 벌떡 일어나더니 클라라를 밀치면서 소리쳤습니다. 이 생명 없는 빌어먹을 자동인형 같으니! 그는 달려가 버렸고 깊은 상처를 받은 클라라는 쓰라린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는 나를 결코 사랑한 적이 없어.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녀는 큰 소리로 흐느꼈습니다. 이렇게 나타나엘은 클라라를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동인형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타나엘은 올림피아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인형이기 때문에 굳고 죽어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타나엘은 천상의 존재처럼 아름다운 올림피아를 계속해서 관찰했습니다. 왜냐하면 올림피아가 인형이라는 사실을 눈치를 못 챘기 때문입니다. 나타나엘은 이걸로 끝이 아니고 올림피아와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나타나엘의 이야기를 경청해 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나타나는 글입니다. 자기 말을 잘 경청해 주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수를 놓거나 뜨개질을 하지도, 창밖을 내다보지도, 새에게 모이를 주지도, 애완견이나 좋아하는 고양이를 데리고 놀지도, 종이 쪼가리나 뭐 다른 것을 손에 쥐고 돌리지도 않았고, 부자연스럽게 살짝 헛기침을 하며 하품을 억누르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녀는 몇 시간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굳은 시선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으며 이 시선은 점점 더 불타오르고 점점 더 생기를 띄었습니다. 위 글처럼 인형의 특징을 점점 인간으로 여기는 나타나엘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나타나엘이 올림피아가 인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나타나엘은 정신분열이 됩니다. 맥박과 혈관이 발작적으로 경련을 일으키고, 공중으로 껑충껑충 뛰어올랐고 사이사이에 끔찍하게 웃으면서 날카로운 어조로 나무인형아, 돌아라! 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코펠리우스의 환영을 보게 되고 굳은 듯 멈춰 서더니 난간 너머로 뛰었습니다. 나타나엘은 결국 머리가 부서진 채로 죽게 됩니다. 결국 나타나엘은 환상을 보고 자살에 이르게 됩니다. 여러분은 트라우마가 있으신가요? 이렇게 극단적이고 심하게 생긴다면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이 들까 상상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 가족 또한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 없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타나엘이 죽었다는 글을 보고 나서는 제가 운이 좋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타나엘이 너무 불쌍하고 클라라도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트라우마 때문에 일어나게 된 나타나엘의 이야기인 모래 사나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다른 작품으로 찾아오겠습니다.